엽서

J에게(44)-설원에서

소순희 2010. 3. 3. 00:51

J.진부의 새벽은 눈속에 갇혔습니다.

눈을 덮어 쓴 침엽수림의 잔등위로 눈은 계속 내립니다.샤갈의 마을엔 3월에도 눈이 온다는 김춘수시인의 노래처럼 온통 설국을 만들어 버린 3월 초하루입니다. 남녘엔 비가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는데 여기 강원지방엔 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

문득 돌아갈 길이 염려되는데 한편으론 눈에 갇혀 돌아가지 못함이 축복이라던 어느 시인의 시가 실감나게 다가옴이 행복해지는 까닭은 무슨 연유일까요?

봄눈인지 얼어붙지 않는 지방도의 한적한 길을 천천히 달리며 고즈넉한 설경을 마음에 담습니다. 전에 좋은 느낌으로 다녀 간 이길이 눈속에선 또 다른 감흥으로 젖어듭니다.

어제가 정월 대보름인지라 산채정식이 입맛을 돋우는 것은 계절의 순환에의한 기억속 추억으로 가미된 이유겠지요.그 지방의 특산물로 만들어진 음식은 고를 필요도 없는것입니다.

예전의 풍경이 인위적으로 정돈되고 획일적인 집과 곧게 펴진 길에선 정취를 느끼지 못하고맙니다.

 

J.그리 춥지않은 겨울 끝자락에서 싯푸른 강물 보고싶어 동강에 접어듭니다. 지난 겨울 유난히 많이 내린 눈이 녹아 수량이 풍부한 동강은 굽이치는 산골을 돌아 몇 천리로 흘러가는지 물소리가 우렁우렁 골깊이 속으로 손잡고 흐릅니다.

아무도 없는 동강을 따라 가며 내 생애에 몇번이나 대할지 모를 설원에 감탄을 하는것도 우연히 접한 행운입니다.나무는 나무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짐승은 짐승대로 자연에 존재하면 그만인걸 속내를 감추인채 나는 무슨 영화를 꿈꾸는지 자꾸만 왜소해집니다.하기야 그것마져 없다면 인지능력을 가진 피조물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연약함이랄 수도 있겠지요.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잘 묘사한 프란츠 카프카의 심리도 지금에와선 아무런 걸림이 없습니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이 풍경과 청량한 바람결로 몇날 만이라도 헤픈 웃음으로 살고싶습니다.

 

                                                                                               그리운이여 안녕 2010/3/1소순희

 

 

 

 

 

 

 

 

 

 

 

                                                                                      <사진/소순희20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