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아침잠을 깨우는 건 다름 아닌 강물 소리입니다. 눈 감고 뒤척이는 잠 끝으로 먼 기억 속에서 쏴아아 하고 낮은음으로 자연스레 배어드는 그 소리가 행복한 아침을 만들어줍니다. 가장 조용한 시간이 열리는 아침을 게으름으로 보내기는 아쉬운 여름 한 철입니다. 마흔이 넘으면서 부터 초록이 좋아짐은 나이 드는 탓일까요? 훌쩍 넘어와 버린 청춘의 덧없으므로 지나간 세월이 하룻밤 꿈 같은 날 같습니다. 지금, 이날도 지나고 나면 그리 느껴지겠지요. 초록이 짙다 못 해 검푸른 숲 속에서 한철을 살아내자니 멀미가 난다고 하던 어느 중년 여인이 말이 실감이라도 나듯 푸름이 짙은 홍천강 어느 겨드랑이 부분을 천천히 돌아가며 나는 그분의 말에 동의어로 되뇌입니다. 많은 사람에겐 가장 평범하고 익숙해진 풍경이 호기심이나 설렘을 안겨주진 못 할 것 같습니다. 다만, 화가의 시선은 무엇을 끌어낼까 고심하며 일종의 소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8월이 성장통으로 계절의 마디를 아파하며 더 왕성해질 즈음 저만치서 가을은 자리를 밀어내며 스며들 것입니다. 이 계절이 나에게도 청춘을 넘어선 한 때의 기억 속에 자리할 추억의 여름이 되겠지요. J,푸름도 재를 넘는 가을 초입이면 나는 짙고 푸름 계절의 냄새를 그리워하며 당신의 말 몇 마디를 씨앗처럼 받아 간직하겠습니다. 그리운 이여 안녕~2010,8. 소순희
<홍천강에서/소순희 2010.8> |
'엽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J에게(48)-울지마 톤즈 (0) | 2011.03.29 |
---|---|
J에게(47)-청령포에서 (0) | 2010.11.04 |
J에게(45)-포화속으로 (0) | 2010.06.26 |
J에게(44)-설원에서 (0) | 2010.03.03 |
J에게(43)-신춘 서화카렌다 부스개인전 (0) | 2010.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