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47)-청령포에서

소순희 2010. 11. 4. 00:01

 

 

 

 

 

 

                                      <신숙주가 유배지로 택한 곳 청령포>

 

 

 

 

 

                                                          <왕을 알현하는 신하>

 

 

 

                                                                                                                                <망향탑>

 

 

                                     <관음송 높이30m 둘레5,19m수령 600여년>

 

 

                                                                                                               < 절벽아래 서강이 흐른다>

 

J.가을 청령포에 왔습니다.

삼면이 산에 에워 쌓인 절해고도 같은 단종의 유배지에서 가을볕을 맞습니다.

1457년 그해 여름 단종은 어린 나이로 영월 땅에 유배됩니다.

나는 청령포 언덕 소나무 그늘에서  한 시대의 애환과 정권욕이 소용돌이치는

슬픈 역사의 단면을 짚어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정권에 눈먼 부류의 사람들은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한양에 두고 온 왕비 송씨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날마다 돌탑을 쌓아 그리움을 달랬을까요.

오늘도 강물은 단종의 애달픈 심사를 아는 듯 유유히 흐를뿐입니다.

두견새우는 밤마다 절절한 그리움에 밤은 또 얼마나 길었을까요.

적막한 송림 속에서 오열하는 단종의 울음을 들었다는 관음송은

오늘도 푸르게 그늘을 만듭니다. 

외부와 처절히 단절된 그 절망의 날이 어린 단종에게 무슨 의미로 피고 졌는지

먹먹한 심정 헤아릴 길 없습니다. 

다시 꿈 꿀 수 있는 기회마저 찬탈당한 비운의 왕을 누군들

숙연한 마음으로 돌아보지 않겠습니까!

머나먼 유배지로 단종을 호송하고 돌아가던 금부도사 왕방연의 

가눌 길 없는 그 애절한 마음도 시 한 수에 녹아 글을읽는 사람들의 마음에

처연히 스며들지만, 가을볕처럼 따스한 면도 있습니다. 

몸은 가둘 수 있으나 마음마저 잡아맬 순 없지요.

하루에도 수백 번을 한양으로 달려갔을 단종의 심정을 애써 그리며

유장한 서강 푸른 물빛을 내려다보니 시대의 영욕도 한갓 물거품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J.계절의 순환에 또 다른 감사와 자유로운 흐름에 동행하며

가을속으로 가만히 젖어듭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 울어 밤길 예놋다.

                                      

                                          - 왕방연의시-

 

                                           그리운이여 이 가을도 안녕/2010/10 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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