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가죽 구두
초원은 태중에서도 푸른 희망이었지
그 큰 눈으로 맨 처음 세상 빛 보았을 때
느닷없이 받는 망치 세례로
사그리 무너지는 희망
어미젖 물어보지 못하고
양수에 젖은 몸 채 마르기도 전
다시 어둠으로 돌아가는 아기 소여!
부드럽다는 이유로
너의 가죽을 벗겨 만든 구두를 신고
활보하며 품위 지키는
영장류 인간을 용서하라
세상의 두 시간이 이승의 다 였노라고
슬픈 눈으로 말하는
어미의 애절한 고역(苦役)을
둔탁한 역사의 일부로 남기노라
사무치게 맺어진 인연을 끊고
바람 속에 소멸하라 혼이여 혼이여!
소순희
< 송아지/6호/1995/Oil on Canvas/소순희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