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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麻浦)
저녁놀 지면 강변에 나가보라
온몸으로 받는 저녁 빛에
마포의 겨드랑이를 끼고 선 집들이
늑골 같은 지붕 아래
주홍빛 낮은음의 영가를 풀어낸다
오도 가도 못 하고 제 자리에 와 버티는
도화동 산 1980번지
언약의 눈금을 가늠하며 넘는
시대의 우울은 강물의 절창에 스러져
노을 젖어 붉고
가야 할 길은 먼데 종점의 시간은
멈춘지 오래다
마포에선 푸른 강의 노래를
들어 보지 않고 살 수 없다는 걸
저녁놀 지는 강변에 나가보아야
비로소 따뜻하게 느낄 것이다.
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