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순희>
노량진역에서
노량진역 겨울 막차는
꼬리를 자르고 어둠에 묻힌다
연인의 짧은 입맞춤으로 헤어지는 플랫폼
손 흔들어 보내는 하루의 이별 앞에
별빛 같은 눈빛들이 박혀있다
청춘의 한 때를 지나온 너그러운 세월도
가로수 그림자 얽힌 수은등 불빛 아래
계절의 등을 넘는다
섣달 바람 끝으로 이어진 거기
소실점을 향해 달려가면
다시 평행선이 되는 운명의 길 위에
만남을 위한 선로 위의 곡예는 눈물겹다
동행의 흔적을 지우며
노량진역으로 흘러드는 저 열차
묵은해 달려 다다를 종점은 어디더냐
소순희
월간 모던포엠 2015.12월호 시향의 숲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