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도원동
소순희
마포와 용산으로
갈리는 고갯마루에서
바라보면
마포의 공작 도시 같은
지붕들이 푸르게 엎드린
시월의 버드나무 사이로
가끔 아주 가끔
화물열차는 신촌 쪽으로
빨려들었다
그 가을 안개비 내릴 때
도원동 고개를
내려가는 너의 뒷모습도
가을 빗속에
고요히 묻혀가고
나도 그 안개비에
오래도록 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