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살생

소순희 2019. 10. 12. 23:09


                      


                               살생

                                             소순희


어젯밤 내 잠을 방해하던 년을 오늘 아침 화장실에서 살생 하고 말았다

하기야 무익한 존를 용서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밤새 귓가에다 뭐라고 뭐라고 앵앵 대더니 기어이 성찬을 즐긴 너는

몸 무거워 날지 못하고 타일 벽에 붙어 붉은 피칠을 하게 만들었다 

너를 일격에 으깨버리는 먹이사슬의 최 상위권 자를 건드린 네 잘못도 있지만 

내 탁한 피까지 빨자고 목숨 걸고 빨대를 꽂아야하는 생물학적 종족 번식의 근거를

일거에 무마시켜버리는 법도에 어긋난, 냉혹한 생존의 질서를 거스른 일 일지라도

나로선 어쩔 수 없음을 밝히는 바이다 

죽고 사는 일은 어둠과 밝음의 차이 일진데 기꺼이 받아들이는일 또한 질서임을 어찌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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