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크리스마스를 맞으며

소순희 2021. 12. 25. 20:04
                   


                                      크리스마스를 맞으며

                                                                      소순희

"학생, 크리스마스 카드 더 그려 줄 수 없어? 다 팔리고 없어!"
우리는 어제 문방구 아주머니께 20여 장의 카드를 만들어 한 번 판매해 보시라고 전해주고
오늘 들러 보니 더 그려달라 부탁한다.
시내에 있는 작은 문방구는 학교 앞이라 여자 중,고생들이 빈번하게 드나드는 곳이다.
문방구 중앙에 있는 난로의 연통을 지탱하기 위해 양쪽으로 잡아맨 철삿줄에 빼꼭이 걸어 뒀는데
하루 만에 다 팔린 것이다.
휴억과 탱자나무집 자취방으로 돌아와 켄트지에 포스타칼라로 밑 색을 칠한 뒤 언덕 위에 교회당과
삭막한 나뭇가지 위에 흰 눈이 쌓인 그림을 그리고  짧은 시를 적어 넣었다.
휴억은 그림을 자르고 붙여서 우리는 카드를 만들었다. 
학생으로서는 짭짤한 (?)수익을 올린 45년 전의 일이다.

거리마다 전파사에선 캐럴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선물 준비로 들떠 있었다.
삭막한 12월이 그로 인해 조금은 따뜻한 거리가 되고 교회당은 크리스마스트리로
울긋불긋 불빛이 새어 나오는데
교회에 대한 호기심이 솟아나곤 했다.


 늘 그래 왔듯이 해마다 12월 25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일로 정해졌지만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 이심이라 하니라.)
마태복음 1:21

사랑의 확증으로 세상에  성 육신으로 오셔서 우리 죄악을 사하여 주신
주님을 기뻐하며 기념하는 날이 성탄일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뒤바뀐 상황설정으로 우리는 얼마나 주님 오심에 비중을 두는가 말이다.
크리스마스하면 예수그리스도보다 산타클로스가 떠올려지니 참, 아이러니하다.
예수님은 문밖에서 추위에 떨고 계시는데, 주님 탄생일에 끼어든 산타클로스 영감의
혈색 좋은 얼굴에 웃음 띤 모습으로
빨간 코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와
전해준다는 양말 속 선물에 마음이 쏠려버린 크리스마스는
의미가 희석된  
누군가가 만들어낸 산타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물론 가난한 어린이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나눌 수 있는 기발한 설정이겠지만
초등생만 되어도 아니란 걸 알지 않는가!

해마다 크리스마스엔 이 땅에 나 위해 오신 주님을 진정으로
기뻐하며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그 영원한 사랑과 베풂의 의미를 되새기는 따뜻한 한 해의 끝이 되었으면 좋겠다. 


                                                                          소순희/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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