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창주님>
겨울 나무에 대한 명상 소순희 어제는 산에 가서 겨울잠에 취한 나무들을 보았다 찬란함도 한때 이거늘 서늘함에 몸 뉜 맹아의 가지 끝 건조한 하늘로 삐릭삐릭 삐이익 의문의 문장을 송신하는 산새 한 마리 머물다 간다 뒤숭숭한 꿈을 꾸는지 골짜기마다 나무들, 막 젖 뗀 유아의 잠꼬대처럼 흔들림이 애처롭다 산 어디에나 슬어 놓은 새끼들 숨소리마저 막막한 겨울 한 철 던져진 곳 척박한 생의 목마름으로도 뿌리 박고 어깨 겯는 동거가 살아 간다는 이유로 성스럽다 나이테를 좁혀가며 맨몸으로 견디는 고락에도 아름다운 속내의 현실이 드러나는 이 숭고한 의식을 외면할 순 없지 않는가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