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2020/소순희>
막장에 대한 예의 소순희 화절령 운탄고도를 진폐증 앓던 제무시가 그르렁대며 넘었다 고생대 칠흑의 어둠을 두더지처럼 먹고 산 막장의 선산부 김형 더는 물러설 벼랑도 없다고 선택한 지하 몇백 미터 저승에서 뼈 갈아 숨 가쁘게 벌어 온 돈으로 이승의 생을 꾸려가던 살가운 가족의 웃음 소리마저 검은, 갱도 나무 기둥에 화석으로 새겨 놓은 오늘도 무사히 라는 말 얼마나 절실했으면 퇴적층이 된 아버지의 하늘과 젖 물리지 못한 어머니의 땅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막장의 삶도 더운 피가 흘렀더니라 낙엽처럼 사윈 그해 가을 소금기 절은 갱도 벽에 긁어 파낸 뜨거운 글씨 오늘도 무사히! 안전모의 불빛에 맥없이 흐렸다 2023 화절령~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과 정선군 고한읍의 경계인 백운산 자락의 고개이다. 근처 탄광에서 채탄 된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진 길을 운탄고도라 한다 제무시~미국 GMC사에서 만든 트럭으로 산판 나무나 석탄을 실어 날랐던 6~70년대 중요한 운송 수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