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풍경(독골의 여름) / 2022/Oil Painting/소순희작>
감꽃 글씨
소순희
고향 집 흰 회벽에
연필로 쓴 세로글씨가
막 돋는 아기의 젖니처럼 고왔다
염소 새끼 난 날과
감꽃이 피었다는 날을
가지런히 적어 놓았던
소 학교도 못 다닌 아버지
마흔의 봄날이
거기 피어 있었다
어깨너머로 흘러든
노을 진 하늘로 번지는
감꽃 같은 글씨
하나둘 깨치며 기뻤을 아버지
무딘 손가락 오그려 쥔 손에
아버지의 푸른 날이
획마다 곱게 배어 있었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