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일기(3)
피아노 소나타
월광 1악장을 즐겨 들었다
봄밤에 개나리가 피고
목련이 피고
물결이 출렁이는 호수로
달빛이 흔들려 옴은
이제 열아홉 나이
달콤한 유혹이 손을 뻗는
거리에서면
눈감고 귀막고
늘 흐린 하늘 밑으로 기어드는
쓸쓸함도 있지만
분위기나는 카페도 가고
멋도 내고 싶지만
그러나, 그 보다 더
속이 차 있어야 됨을 알아
그 보다 더
눈물 많이 간직해야 됨을 알아
새 옷 마다 그려지는
동생들 얼굴
몇 번 인가 미싱 바늘에
손이 찔리고
붉은 피 흘리며
서러움에 겨워 하늘을 보면
눈물속에 별이떠와
희망을 적는 노우트 빈 자리마다
월광 1악장은 잔잔해
월광 1악장은 너무 잔잔해.
1988,소순희
낮엔 지문이 닳도록 일하고 밤엔 푸른 형광등 아래서
희망을 적던 그들의 눈빛은 맑았다.
대학을 가고 혹은 사회로 진출하고 지금은 가정을 이뤄
아빠엄마로 행복하게 살며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는 그들에게
늘 평안있기를...
(길 4F 소순희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