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하늘이 없는 마을에도
꽃바람은 불어와
어지러웠다
산이 마음보다 깊다는 걸
깨달을 즈음
서른 몇 해가
짧디 짧은 봄 속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해 여름이 오기 전
간간히 소나기 내리고
푸른 산 아래
화려한 꿈이나 꾸는 시절은
영락없이
추락하다 깨어나곤 했다
이제는 애 터지게 기다리지 않아도
세월은 그런대로 흐르고
하늘이 없는 마을에도
꽃은 또 피고 질 것이다
꽃은 또 피고 질 것이다.
소순희.
그해 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모른다.
서른 몇 해의 봄날은 기억속에서 완전히 절편되고
사실상 이유없이 침잠 되어버린 한 시절이었다.
애터지게 갈구하던 그 희망이라는 놈 대신
정한(靜閑)의 날들로 꽃만 피고 지고 있었다.
(자목련 3F 소순희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