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언제부턴가 밤마다 진한 커피를 마시는 버릇이 들었다
억지 잠을 청하는 밤이면 보고픔이 더 하다는 걸 알았다
그로 인하여 그로 인하여 야위어 가는 내 심사는 흐린 날
예감으로도 그 없는 빈집엔 흰 살구꽃만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
상현달이 걸린 예배당의 종탑 붉은 십자가는 내 영혼의 범죄를
속죄하라 속죄하라고 피어리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목숨처럼 점등되는 가로등 그는 보이지 않고 나는 돌아와 청춘의 잠을 설친다.
82. 소순희.
살구꽃 피면서 몰려오는 지난 시절의 봄날이 꽃처럼 피고 지고 미움의 끝도
세월 속에선 속죄의 그리움으로 남고 그의 부재는 내게 영원한 존재로 남다...
장미 3F 소순희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