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던 겨울
소순희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 버린
나의 우정이여!
그 해 겨울 섬진강 언 강물이
풀리며 쓸리어 갈 때
얼음장 밑으로 침전 되는
너의 조각난 얼굴을 보았다
강변의 야생화를
무던히도 좋아 하던
지친 너의 황톳빛 가슴에
그늘 내릴 때
휘파람 불며 강둑에 누우면
흰 꽃들이 날렸었지
행방이 묘연한 저녁 하늘
도둑질한 그리움은 어디로 갈까
귓 볼을 헤집는 징그러운 바람 소리
너와의 추억을 놓아주지 않는구나
가슴 높이서 물새가 날던
마지막 겨울 집
한 자 깊이의 남녘 눈 속에
몹쓸놈의 백혈병은 자꾸만 자라
숨 소리마져 지워가는 이 어둠의 저 쪽
그늘의 음계를 따라 웃는 너의 얼굴에서
그 흔한 작별 인사도 없이
남해로 흘러 처음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남아 무슨 희망으로
긴 해후의 날을 기다릴 것인가.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며...
83.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 지이다.>
(욥기1:21)
성북동에서 4f소순희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