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풍경
호남선 열차를 타고 황토밭 언덕을 넘으면 나즉이 날아 오르는 까마귀 떼와
창 밖으로 흘러가는 논길 위 펄럭 펄럭 걷는 농부 하나 보입니까 김제 만경평야
끝간데 없는 지평위로 갑오 동학혁명의 붉은 피빛 노을도 보입니까
녹두장군 외세배척 쩌렁 쩌렁 울리던 목소리 들립니까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일어선 농민 봉기
그 눈물 전라도 땅 적시었고 그 외침 시대의 온기로 남아 빗장 풀어내는 따순 숨결 느껴보세요
날 짐승 푸른 하늘로 자유롭게 나는 저 지평 끝으로 흰옷입은 사람들과 어깨를 겯고 가 보십시오
*"때를 만나서는 천하도 힘을 합하더니 운이 다하니 영웅도 어쩔 수 없구나
민을 사랑하고 의를 바로세움에 나는 아무 잘못이 없건만 나라를 위한 일편단심을 그 누가 알아주리"
굳게 맨 상투 위로 겨울빛 내릴 때 압송당하며 탄식하던 녹두 같은 님의 굳은 결의도
운이 다한 까닭에 속수무책 눈물 나노니
서러운 길위엔 민초들의 흐느낌 조선 소나무로 더디게 자라 짓밟힌 땅 깊이 뿌리내린 시린 역사를
가슴에 안아보십시오 불덩이처럼 에워싸는 뜨거운 혼을, 시퍼렇게 눈뜬 민초들의 얼굴을.
소순희.1999
전라도땅에 가면 눈물이 난다.내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그아버지와 할아버지....
태어나 떠나보지 못한 땅! 설움과 저주의 땅이라 했던가 가장 먼저 침입받고
가장 늦게까지 짓밟힌 민초들의 허망하게 뚫린 마음 밭,
그위에 대책없는 농산물 수입자유화는 오늘도 질펀히 깔려, 늙은 촌노의 기침소리에 더욱더 당당하다.
*의글은 녹두장군의시,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 에서인용.
강변풍경 소순희작 3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