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의 산책 소순희작 30호>
J.
지상의 7월이면 호젓한 길섶에서 맞닥뜨린 여름꽃들을
아무 감정없이 보아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흔하디 흔한 풀꽃이라고 치부해 버린 그 꽃들은 창조 이후 원시로 부터
종족을 소멸하지 않고 굳건히 지켜 온 생명력에 대한 신비와 경외도
느껴 보지 못 했다는 것이 잘 길들여진 인간의 이기적 산물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관심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 주려는 듯 근래들어 야생화에 부쩍 관심이 갑니다.
최 첨단으로 발전해 온 디카와 컴이 가장 확실한 역할을 감당해 주는 이유겠지요.
나무나 꽃 이름을 많이 알고있는 사람을 존경한다는 독일인의 자연관에
할 일 없는 사람들로 보여지지 않는 것은 그 또한 귀중한 유산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J.
어느 날 부터 기억상실증을 앓는 것 처럼 예전의 기억들을 접어버린 상태로
새삼스럽게 처음 대하는 꽃 인양 여름꽃들과 풀들을 눈속에 끌어들입니다.
화려 하지도 매혹적이지도 않지만 소박함과 은은한 매력에 마음이 끌리는 건
나만이 갖는 감정은 아닐 거라는 확신을 갖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십시오. 나름대로의 향기와 꽃잎 하나하나의 색깔과 모양새가
섬세하고 개성적임에 감탄 하실 것입니다. 그것은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하사한
완벽한 작품의 일부라고 여겨져 감사치 않을 수 없습니다.
J.
여름밤엔 잦은 천둥번개 비에 저 가녀린 꽃들 어찌 할거나 한 번 쯤은 안쓰러움에
창 밖 어둠을 내어다 보며 빗소리를 듣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때 알아 꽃 피워 내고 씨앗을 내는 저 섭리에 순응하는 그 자리 그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을 배우는 계절임을 감사하며 지내고 싶습니다.
쪼꼬만 꽃들이 지구 한 켠에서 향기로 기쁨을 나눠주는데 나는 무엇으로
그 작은 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까요?
그냥, 그 풀 꽃 나무들에게 눈 길 한 번 주는 것으로 위안이 되는 걸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슴이 공존하는 방법과 행동하는 기쁨이라는 걸 전합니다.
그리운이여 안녕 7월에 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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