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17)-관악에 올라...

소순희 2006. 10. 5. 10:11

J.

관악에 오릅니다.

서울 남쪽을 가로막고 솟은 불꽃같은 봉우리와 사계의 변화로 인근 도시민에 심신의 휴식을

얻게하는 휴양지로 더없이 좋은 서울,경기과천,안양을 두루 껴 안는 629m 의 기암괴석이
많은 악산입니다.

 

조선시대엔 화산이라 하여 관악의 불기운을 막기위해 경복궁의 광화문 좌우에 불을잡는

해태상을 세우고 화기를 제압하려는 의도로 세워졌다는 숭례문(남대문)의 위치만 보더라도

풍수지리설에 의존한 선인들의 마음을 엿봅니다.

 

골골이 기도원과 도량을 품은 너그러운 산 앞에 나는 숙연해 집니다.

단풍은 산 윗쪽에서 아래로 물들어 내려오고 사람들은 산 아래에서 위로 오릅니다.

갈수만 있다면 끝까지 가보고 싶은 욕망과 호기심을 가진게 사람인가 봅니다.

산속에 사는 짐승들은 자기의 영역을 벗어나 남의 지역을 침범하지 않고 그 힘과 크기에
비례한 영역을 차지한 채 날다마 다니는 길과 바위나 나무에 영역 표시로 체취나 배설물을

묻혀 둔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나눔의 원칙으로 살아가는지 주님의 섭리를 

전혀 배신하지 않는 생태원리를 알 수 있습니다.

그 날 주어진 공기와 볕과 낯과 밤의 분배를 감사하며 욕심이나 무력집단으로 빼앗고 죽이는것이
없어 진취적이지 못하다고 할지 모르나, 옛적 무주공산의 그 때로 돌아가면 분명한 주인은 그곳에
토착한 산짐승들이라고 귀결되지 않습니까.

 

 J.

이 가을엔 마음을 다 열어도 헤프다 말 할 수 없고 허물을 용서받을 수 있는 풍요로운 계절 아닐까요?

우리는 가깝다는 이유로 홀대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사철 흐르는 물과 산을 눈앞에 두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늦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산속에 들면 산을 보지 못하듯, 그 산을 떠나 멀리서 보면 보입니다.

가까이 있는 것 일수록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도 마음에 오는 너그러운 계절의

의미도 있습니다. 

 

귀거래사로 유유자적 사는것이 꿈일진대

누림이라는 것은 이미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듯 싶습니다.

J.나는 다시 관악에 오릅니다.

 

                                                                          - 그리운 이여 안녕 2006가을에 소순희-


 

 관악산연주암

 

관악의 가을

 

관악산 연주대

 

관악산629m

 

정상의 KBS송신탑과 군부대시설물

 

불꽃같은 바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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