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숲의 잔설/ 6호/소순희작>
J.안양에 내려 온 후 나는 안개와 친숙해졌습니다. 경수산업도로를 점령한 무량의 흐름앞에 가끔은 깊이
숨어들고 싶었습니다. 차츰 산을 드러내는 그 부드러움의 유영앞에서 촉촉히 젖은 산이며 나무들이
무형(無形)의 갠바스에 그려지는 그림같아 내 작업과 동질의 미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창밖의 풍경들을 무아지경 인 듯 바라봅니다. 우우 몰려가며 속내를 들킨 아침 시간은 어쩌면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 풍경들을 대하며 주님의 섭리를 보는 것 만으로도 짧은
기도 시간에 포함된다고 이유를 답니다. 산다는것이 이처럼 유연하게 밀려왔다 밀려가며 뚜렷한 자취를
남기고 끝내는 가뭇없이 사라지는 한 시대의 형상인것도 같습니다.
J. 성서에 인생의 표현은 잠깐있다 사라지는 안개와 같다고 저자는 기록했습니다. 과연 나는 이 땅에서
무슨 발자취를 남기고 부르심에 응할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앞에 놓인 시간은 길고도 짧습니다.아주...
-그리운이여 안녕 2006가을에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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