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18)-인연

소순희 2006. 11. 3. 02:00

J. 찬 바람이 일면서 비로소 가을임을 알았습니다.

예년보다 더딘 가을은, 그 언저리에 머무는 여름의 꼬리를 잘라버리지 못한 것이

아직도 푸른 잎새를 단 가로수가 시절을 잃어버린 까닭인 듯합니다.

눈을 들어 교외의 산을 바라보면 비단결처럼 곱게 흘러내리는 자락마다 가을이 깊습니다.

좋은 계절입니다.

 

얼마 전 라디오를 듣다 맞선을 본 어느 남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가 본 여성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예쁘며 학벌도 좋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참한 규수였는데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이 무슨 까닭이냐고 반문하다 자신이 결론짓는 걸 들었습니다.

끌림 혹은 떨림이 없어 마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끌림, 혹은 떨림 그 순연한 설렘, 우리가 자라면서 갖는 감정 중에 오감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심경 아닙니까.

외적 조건에 만족해하는 많은 사람과는 사뭇 다른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께서 짝을 지어준 그 일이 참으로 오묘하고 합당한 부분임을 발견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제지간 혹은 연인으로 우리는 늘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추상명사를 품고 살다 

언젠가는 주님의 부름을 받습니다.

한 시절이 아름답게 정지된 채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맺어지지 못한 인연도 평생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다 소멸하는 깨끗한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악연도 인연의 고리라면 그 사슬을 풀어내는 주님의 가르침인 용서와 화해를  

받아들이는 순응의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J,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최소 단위인 가정이 이 좋은 계절엔 많이 이루어집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주님의 축복 인것을 아는바 나는 그 모든 가정에 평화와 사랑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운이여 안녕 (2006.11.소순희 )

 

 <장미 소순희작 3호>

 

 

<축복10호 소순희작 이현주님 소장>

 

 <안양천에서2006 흰빰 검둥오리.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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