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과 아이
할미꽃과 아이 소순희 여섯 살 봄 지금 생각하면 꿈속 같다. 무엇인가 땅에서 흐물흐물 피어오르는 봄날, 하늘에선 노고지리가 지저굴지저굴 노래하며 공중 한 자리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러한 봄날은 여섯 살 내게 천국 같았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용식이와 나는 자갈투성이 범벌 들판에서 놀다 여기저기 돋아난 풀섶에 솜털 보송한 할미꽃이 고개 숙인 채 피어 있는 걸 보았다. 어린 마음에 꽃이 예쁘다고 생각되어 들춰 본 꽃 속은 진자줏빛 속살과 동그랗게 원을 그린 노린 꽃술이 곰실거렸다. 나는 꽃줄기를 잡고 뽑다시피 몇 줄기를 끊어냈다. 손에서 금방 축 늘어졌다. 저만치서 자갈을 던지며 놀고 있던 용식이가 가까이 오더니 "너, 그 꽃 뭣 할려고 꺼껀냐?" "응, 집에가서 꽃병에 꼬자 놀라고..." "그 꽃 꺼끄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