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생명-그 아름다움에...

소순희 2007. 7. 15. 01:08


여름은 도발적이었다.
도토리나무 수액을 먹고 살겠다고 몰려든 풍뎅이를 잡아
무참히도 목을 180도로 비틀고 여섯 개 다리는 한 마디씩
날지 못하도록 뚝뚝 잘라냈다.
그것들을 흙 마당에 뒤집어 놓고 "손님 왔다 마당 쓸어라" 하며 땅을 치면
풍뎅이는 등껍질 속 날개를 펴 빙빙 돌곤 했다.
그것이 최악의 고통이라는 걸 몰랐다.

자신을 보호해 줄 지독한 냄새도 독침도 지니지 못한 생명을
놀이 삼아 힘으로 제압하고 괴롭힌 견고한 잔인함에 아무런 의식 없던 유년 시절은
조금도 감지되지 않는 죄성이 분명히 심중에 도사리고 있었던 까닭이리라.

어둡고 추운 도회지의 거리를 거닐 때마다 내게 따스함으로 가슴을 데워주는 한 부분은
그 유년에 연약한 생명의 댓가 지불로 형성된 일종의 누림 아닐까.
그것들이 풍부하게 내 경험적 소산으로 남아 생명의 경외와
살아있는 것에 대한 작은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혼들의 용서로 흙 살 깊은 감나무 그늘 마당의 추억 속, 코흘리개 내 동무들이

감성이 자라 이젠 살아 움직이는 것에 대해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보아 주며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소순희2003.

 

저 노오란 꽃 이름은  루드베키아 우리말 이름은 천인국이라하네요 .
                                                                                              <정원/소순희작/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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