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프로는 아름답다.

소순희 2008. 7. 25. 08:08

 

여름이 왔다. 태풍에 밀려온 고기압권으로 서울은 불가마 속 같다.
생각만 해도 덥다. 정치권은 늘 다투고 부도덕한 일들이 정당화 되어가고있는 이 시대에
평범한 고집과 청빈 성을 잃지 않은 한 사람, 나는 늘 그를 남영역 근처에서 만난다.
황색 조끼와 양 어깨로 두른 흰 띠와 머리에 무겁게 느껴지는  헬멧과, 그리고 손수레와 긴 초록 빗자루.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과 얼룩 그게 그분이 달고 있는 훈장이다.

사철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낙엽 지면 낙엽지는 대로 그는 늘 그곳에 그 모습으로 한결같이 차도와 인도를 쓸고 정리한다. 얼마나 덥고 힘들까 또 겨울은 얼마나 춥고 아플까, 환경미화원 아저씨!
교육부 혜택을 못 받아서? 가방끈이 짧아서? 배경이 없어서? 그러나 그분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자기 할 일만 한다. 물론 일 한만큼 혜택을 받지만 말이다.

그러나 직업의 귀천을 따지며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무시하고 천대해 왔던가.

그저 무심히 지나치는 군중 속에서 유유히 비질을 해대는 그분의 내면에 숨겨진 깨끗한 힘과 그가 두르는 비질의 음률에 청량한 바람 소리를 느끼며  나는 그분이 프로페셔널임을 확신한다.
네모난 깡통을 잘라 만든 쓰레받기 속으로 한 번의 실수없이 쓸려 들어가는 담배 꽁초와 휴지와 나뭇잎들
세상의 암적 존재들도 다 쓸어가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쓰레기통을 쏟아 종이류는 종이대로
캔은 캔대로 분리하는 그 손길은 분명히 애국의 작은 한 부분이다.

내 소견도 우리네 삶의 질을 망가뜨리는 이기적 사고와 흑백논리로 직업에 대한 편견을 가진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건 다소 불편하고 힘든 것이지 인격의 척도를 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작고 순박한 그분을 존경한다. 말없이 묵묵히 자기 일에 온 힘을 다하는 그분은 진정한 프로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자신과 가족을 위해 땀 흘리며 일하는 모든 사람은 진정 이 땅에

귀중한 존재이지 않은가! 프로는 정말 아름답다.
                                                                                            2003/소순희


                                                <그해 겨울 예미리/15호/소순희>

'추억그리고 현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싸움  (0) 2008.09.25
운동화 도둑  (0) 2008.09.06
이발 이야기  (0) 2008.01.25
  (0) 2007.12.17
제6회 소순희 개인전  (0) 2007.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