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처럼 몇 년이 흘렀다. 돌아보건대 속절없이 흘러버린 세월 그 속에서 아웅다웅 지내온 날이
잠깐의 낮잠에서 깨어난 듯하다.
아내는 내게 곧잘 유머러스한 농담을 던지곤 했다. 어느 날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나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얘. 나머지 여섯은 어디 갔느냐?"하며 우아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작은 남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딴에 한 번쯤은 공주가 되어 보고픈 까닭이리라.(백설 공주와 일곱 난장이) 그러면서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콧구멍 평수가 넓어지는
아내를 보며 나도 응수한다.
"공주님, 나머지 여섯은 나무하러 갔나이다."ㅋㅋ 자기가 무슨 백설 공주라고...헐~
이러한 농담을 하면서도 우린 사소한 것으로 부부싸움을 잘했다
지금은 부부싸움을 잘 하지 않지만,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른다. 지금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시비를 걸고 그것마져 순종하기를 바랬었다.
하기야 전혀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자란 성격이 딱딱 들어 맡겠는가 한울타리에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조율해야 불협화음이 일지 않는다는 걸 안 후로는 조금씩 이해의 폭이 넓어짐을 보게 되었다.
그건 순전히 나의 치유 되지 않은 어른 아이의 속성을 지니고 있었던거다.
어느날 아침 아내에게 시비를 걸다 말고 나는 현관문을 콰당 닫고 출근하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슬며시 치밀어 오르는 부아에 다시 들어와 신발장 안의 신발을 다 끌어모아
거실에 우당탕탕 흩어 뿌리고 의기양양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출근을 했고
저녁에 돌아왔는데, 아뿔싸! 이게 뭐람 아침 그대로 난장판이 된 채로 있었다.
나는 신발을 치우며 괜한 짓을 했다고 뉘우쳤다. 후에 안 일이지만 아내는 다 치우고 있다가
내가 퇴근 할 무렵 다시 신발을 그 위치에 갔다 놓았던 거다. 이그~~
지금도 거실 바닥 한 군데가 아이의 린나이 스케이트 바퀴에 찍힌 자국이 남아있어 볼 때마다 미안하다. ^ ^*
<영월/무릉도원에서/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