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4호/2010/소순희작>
어느 거리에서
미지의 거리를 걷다가
낯선 어둠에 내려서네
거리는 처음의 얼굴로 점등되고
구슬픈 G 선의 낮은음으로
쓸려가는 바람 소리
슬픈 곡조로 어둠은 은밀하게 덮여
가로수 잎 휘몰려가는 추로에서
갈 곳 몰라 서성이는 가을 사람아
울컥 눈물 나는 밤
나, 그 시절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있어
이젠 남은 날 앞세워
어느 곳도 두렵지 않아
언젠가 한 번 와 본 듯
허리 휜 나무그늘이
불빛 따스한 담벽을 더듬는 이곳
기억 밖 모든 일 사람의 일이라
낯선 거리도 정이 들겠네
2010 가을, 소순희
월간 모던포엠 시향의 숲 수록/2016.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