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별곡
소순희
몸 숨기지 말라, 그 바다에선
이미 드러난 개활지
막막한 절망의 끈도 놓아버려
여름내 얻지 못한
심경 변화에 우는 늦여름 한낮
내 여인의 고운 숨소리처럼
나직이 갯골을 만드는 바람결
정지된 일순의 시간 위에
미친 듯 내달리며 첫 발자국을 찍어댔다
발목을 감기며 간조의 틈새로 오는 민물
갯골은 원래대로 잠겨 눕는데
돌아가라 손잡아 끄는 늦여름 햇살 속
퍼덕이는 등 푸른 물고기 같은
은빛 물 비늘이
지독히 아름다운 여름
가면 다시 그리워질 강렬한 욕망도
한갓 흐름에 접수된 오늘
철 지난 여름을 노래하고 있었다
<폭풍이 지난 후/20F/소순희작/2010/국창회출품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