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리/2008/사진소순희>
오래된 책장을 넘기며
오래된 책장을 넘기다 보았다
글의 행간에 납작 엎드린
네 잎 클로버
책장 사이에서 말라가며
잎맥 사이로 부는 여름날의
바람과 수액이 종이에 배었으리라
거기 희미한 옛 얼룩과
늙은 초록빛 네 잎
행운이라는 변종의 잎이 눈에 띈 건
그에게 불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선택의 여지 없이 압축된 시간을
누군가에게 되돌리는 행운의 의식으로
오랫동안 잠재웠을 여름 한때와
정지된 순간을 기억하는 56페이지
느린 행보로 읽다 만
인문학 개론을 짚어가며
잊었던 여름을 가까스로 넘고 있었다
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