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삶/50호/소순희/2014/Oil on Canvas>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나이 오십이 넘도록 설악에 가지 못했다 검푸른 동해의 수평을 눈높이로 끌어 올린 설악은
바다에 푸른빛을 풀어내며 이적지 산에 아니 옴을 묻는다
태백의 푸른 등 줄기에 쭝겨놓은 흰 이마의 산에 함부로 들 생각이 없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지 않는가
이름도 불러주지 못할 바에 눈 맞춤 할 풀꽃 하나에도 미안하다
생의 반을 훌쩍 넘어와도 마음의 눈은 열리지 않고 입만 살아 가볍다
언젠가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게으른 변명 뉘우치며 설악에 들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머리 숙인 합숙으로 한 밤 지친 몸 뉘이리라
소순희 (2014순수문학 사화집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