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양지/2001/소순희작/6호>
고향 집
소순희
초록 대문 고향 집
가을볕 마당귀 호두열매는
주인도 없는데
볕 아래 잘도 익었다
언젠가 돌아갈 날 있으랴만
객지 사람 다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무슨 수로 귀향을 꿈꾸겠는가!
예쁜 호두알 같은 세월은
내 가슴에서 달그락 거릴 뿐
아득한 기다림으로 한세상
옮아가는 그리움인데
철없는 연약함으로 나이 들어
타관의 별 없는 가을밤을 견딘들
무엇, 새로울 일 있겠는가
하여!
유년의 선잠 속에 나를 뉘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