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후쿠오카 텐진에서

소순희 2017. 11. 25. 23:51

 

 

 

 

 

 

                     <가을을 보내며/3호/소순희작/Oil on Canvas>

 

 


 

                                후쿠호카의 일몰

 

 

                           일본 유명작가(中山忠彦)작

 

 

                         유후산(1,538m)이 보이는 유후인

 

 

                후쿠오카 텐진 에서

                                               소순희

 

11월 하순 후쿠오카의 초겨울은 10도 안팎 기온으로 온화한 편이다.

겨울을 기다리는 텐진거리의 젊음이 활기차다.

어느 곳이나 도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쇼핑몰이나 식도락가이다.

커피 한 잔 생각에 쇼핑가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들렀다.

이럇사이마세(어서오세요)라고 반기는 주인장은

80대로 보이는 이마가 튀어나온 귀여우신 짱구 할아버지이다.

앞치마를 두른 채 써빙하는 모습이 일에 감사와 기쁨이 배어 있다.

쇼핑몰 한켠에 조용한 분위기의 베이지 톤 벽과 작은 티테이블 몇개가

소박하게 놓여진 직사각형의 실내는 커피향이 밴

오래된 공간으로 벽에 걸린 그림이 눈길을 끈다.

명제와 작가명이 붙은 수채화와 유화 20여 점이 고만고만한 크기로 걸려있다.

흥미 있게 바라보는 나를, 구석 자리에 노인 몇 분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내게

관심 어린 눈길을 준다.

할아버지 화가와 할머니 화가 두 분이 2인전을 열고 있다.

작은 체구의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8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곱게 늙으신 할머니 세 분이

담소를 나누며 연신 즐거움에 젖어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다.

 

전시장소를 불문하고 그림이 좋든 안 좋든 간에 그 연세에 전시 하며

기쁨을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의 종점으로 치닫는 이 겨울 초입에서 한 해의 결실을 꿈꾸는 저 희망의 메시지를 내게 전해주는

그 무언의 힘이 어쩌면 내게 작용하는 지렛대 역할 같은 최면을 걸어 온다.

문득 내게도 시간이 많지 않음을 비로소 체감하는 현싯점에서

소홀했던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므로 일순의 불안정한 속내를 자신에게 드러내고 말았다. 

 

 

 

 

그래, 산다는 것은 그렇다. 자신이 냉정하게 자신을 뒤돌아본다는 것,

그리고 얼마나 진솔하고 참되게 살았느냐고 묻는 것이다.

곧 겨울 오고 또 새봄이 오면 한 살 더 깊어진 삶이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

                                                                                 

                                                                             후쿠오카에서  2017/11/20-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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