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스물다섯 살 때>
그 달밤
소순희
이제 와 생각하면
더없이 황홀하던
내 스물다섯 그해 가을 달밤
고향의 방천(防川)둑길을
나 홀로 걸어
들국화 위에 덮이던 푸른 달빛
홀로 보기 아까워
죽어도 못 잊을 달빛 속에
나는 묻혔다
이순의 귀도 열려
더러는 걸러 듣는 아득한 세상사
누군들 용서치 않으랴
다 잊어도 그 달밤
벌개미취 들국화는 이렇게
가슴에서 피어나고
온전한 강물 소리 귀에 들려도
다시 오지 않을
스물다섯 나의 비망록
[備忘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