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 ,낙원동에서/2018>
화실에서
소순희
한동안 감옥에 갇힌 꿈을 꾸었다
잃어버린 감격의 날은 박제되어 걸리고
현실을 부정한 제3의 혁명은
캔버스 위를 휘젓고 다녔다
자연을 해체한 선 면의 조합은
명랑한 청춘의 한 부분이 정지된
시간의 수감으로 빛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해가 많이 길어졌다고
생이 길어지는 건 아닌데 한 번 핀 꽃은 지지 않았다
물론, 마흔 살 무렵의 자화상도 늙지 않고
벽의 귀퉁이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빛이 바랜 만큼 이름자 앞에 놓인 화구도 낡아갔다
켜켜이 쌓인 기억들은 종소리처럼 멀어지고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은밀한 약속은
더없이 확실한 증거로 남아 계절의 굴곡마다
편편화심으로 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