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말
소순희
그날, 그대가
히말라야시다 푸른 나무 그늘에서
안개 같은 말을 남기고 떠난 뒤
나는 안개 같은 섬에서 살았다
물론 말의 높낮이나 속도에서
그대의 속마음을 가늠했지만
별 박힌 하늘이 깊어지기 전에
뒷모습만 눈에 남았다
누군가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사랑도 시작 된다고 하던데
나는 익명의 섬에서 떠 도는 마음 하나 잡느라
안개 같은 나이를 먹고 말았다
안개의 말이 묘연한 건 히말라야시다가
더 푸르게 익어가고 나는 점점
또렷해지는 생각을 가진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