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귀/1997/Oil Painting/김미숙님소장>
육십령에서
소순희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길이 어디서 끊기냐고
막상 더는 갈 곳 몰라 돌아선 발끝에 낙엽만 채인다
목적 없는 길손이 지났을 법한 안개비 젖는 길
새들은 이미 먼 곳으로 가고 빈 둥지만 허공에 쓸쓸하다
등 떠미는 바람도 여기선 별일 없다는 듯 바짓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간다
철들지 않은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절박한 뿌리마저 저 홀로 숨 가쁜 육십령에서
이제는 왔던 곳으로 회귀하고픈 안빈낙도, 나지막한 산울 두른 집
나 거기 돌아가 못다 꾼 꿈 가벼이 내리고 싶다
2022
그 무섭다는 고개를 무난히 올라와 돌아본 내 나이 육십령! 어디 끊긴 길 있으랴만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자식들 떠나간 둥지엔 바람도 사무친다.
이제 못다 이룬 꿈을 위해 고요히 사는 일만 남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