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삶/20호/소순희작>
도깨비바늘
소순희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다
바짓가랑이에 붙어 집까지 따라온
도깨비바늘의 검은 눈을 보았다
올곧게도 바늘을 꽂아 동행하며
어딘가로 멀리 떠나 일가를 이루고 싶은
한해살이풀로
긴 여름 견뎌오며 품어 온 새끼들
오죽하면 타인의 몸 빌려
퍼뜨리고 싶었으랴
이 악문 씨앗들 뜯어내며 눈물이나
울타리 가에 고이 묻어주었다
아버지도 청천 하늘 우러러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곳에 우리를
슬어놓고 떠나셨다
속수무책이던 세월에
도깨비바늘처럼 붙어산
어린것들의 귀에
징그러운 바람 소리 얼마였더냐
그래도 몸 부려 동행하는
오늘이 희망이라고
아무도 모르게 속 깊이 묻어주었다
2013
(월간 모던포엠 2014, 3월호 수록)
도깨비바늘 Spanish need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