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한순간 꿈처럼

소순희 2023. 11. 11. 20:52

       2023,11,11 Sketch 가을 깊어 기온이 급 강하했다.

       나뭇잎 지기 전 남겨야할 한 해의 가을이다. 볕이 좋은 날이다.      

 

 

                 한순간 꿈처럼

 

                                             소순희

 

     저 색깔 고운 가을녘이면 님아

     죽음보다 깊은 잠도 헛되지 않으리

     결국은 너와 나 황혼의 가을 속에 눕는 일이

     그다지 부끄럽지 않거니와 목멘 기다림도

     구석기 유물처럼 무딘 족쇄의 구속인 걸

     지상의 살아 있는 것이 숨죽여 침묵할 때

     가만히 침잠하는 몹쓸 놈의 잠도 

     귓바퀴를 돌다 쉬이 거두어들이는 그늘 속에

     다시 빈손으로 접는 긴 산 그림자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점에서

     서로 다른 뜻도 기어이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허망한 바람 같은 것 아니더냐

     사랑도 한갓  생의 추임새로 신명 나더니

     한순간 꿈처럼 지나온 세월 앞에 온순해지네

     아,아 몰락함도 어차피 시린 너와 나의 황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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