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1 Sketch 가을 깊어 기온이 급 강하했다.
나뭇잎 지기 전 남겨야할 한 해의 가을이다. 볕이 좋은 날이다.
한순간 꿈처럼
소순희
저 색깔 고운 가을녘이면 님아
죽음보다 깊은 잠도 헛되지 않으리
결국은 너와 나 황혼의 가을 속에 눕는 일이
그다지 부끄럽지 않거니와 목멘 기다림도
구석기 유물처럼 무딘 족쇄의 구속인 걸
지상의 살아 있는 것이 숨죽여 침묵할 때
가만히 침잠하는 몹쓸 놈의 잠도
귓바퀴를 돌다 쉬이 거두어들이는 그늘 속에
다시 빈손으로 접는 긴 산 그림자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점에서
서로 다른 뜻도 기어이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허망한 바람 같은 것 아니더냐
사랑도 한갓 생의 추임새로 신명 나더니
한순간 꿈처럼 지나온 세월 앞에 온순해지네
아,아 몰락함도 어차피 시린 너와 나의 황혼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