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1)-1월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소순희 2004. 1. 14. 00:33

 J,

이 겨울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시베리아 하늘 상층권을 돌아 오는 바람.
이 우주의 질서 속에 나는 웅크린 한마리 작은 짐승 입니다.
외로우면 몸 숨기는 것 인지상정
바람은 날 데불고 어딘가로 흐르고 있습니다.
고향 대숲의 사각이는 바람 소리 들립니까.
거기 잠든 작은 새들과 상수리 나무는 여전히 그렇게 늙어 가나요?

어둠속에 시린 마음 하나 던지면 불빛을 건져 올리는 이 겨울 깊이서
또다른 나를 발견 합니다.
그렇네요 일찌기 러시아시인 푸쉬킨은 삶이 너를 속일지라도
슬퍼 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노래했죠.
이미 그런것 다 초월한 범인으로 살아 가지만
마음 한 구석 어딘지 모를 자리에 바람만 지나갑니다.
다시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영혼의 빈 자리로 흐르는...
오늘 깊어가는 밤, 한바탕 신명나게 사선으로 흐르는 바람 하늘을 덮고
그 바람 속에 외론 불빛들만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03.1

                            <효창공원에서/ 8F/ 소순희 작(구상미술의 위상전/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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