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3)-아침 안양천에서...

소순희 2005. 6. 28. 01:12

 

J에게...

 

칠월을 눈앞에 둔 여름은 설핏 아침잠의 머리맡에 어설픈 꿈 대신

밝은 아침을 창가에 들여 놓곤 합니다.

이른 새벽까지 앞산 8부능선에 위태롭게 걸린 망해암의 불빛이 검은 산속에

한 점으로 피더니 급기야는 초록 물을 흠뻑 들여 놓고 말았습니다.

산을 배경으로 두어마리 백로가 안양천 위를 선회하다 사뿐이 내려앉는 모습을 보며

참, 희다고 생각 했습니다.

바라보면 쉬임없이 흐르는 물도 그 근원을 알지 못 하지만 한 방울의 물이 모여

내를 이루는 것이  가장 평범한 진리 일진대 어인일로 깊은 생각에 젖어 보는 것일까요.

잠을 축낸 아침빛이 일종의 보약 처방으로 끌어내는 안양천변의 풍경에

차츰 마음을 열면 복원 되는 생태계에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내 유년의 흰 꿈속처럼 피어난 개망초 꽃 길에 들어서면 자옥히 쓸려 가는

안개 속으로 빨려들듯 느리게 걸어 가노니 거기 잠든 영혼을 깨우는 소리 들리는 듯 합니다.

 


 


 


 

수양버들이 무성히 자란 물 가장자리로 흰뺨검둥오리 가족의 아침 산책과

생존을 위한 견습으로 어미 오리의 자맥질과 경계하며 은폐하는 법을

십여마리 새끼 오리가 터득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알 낳고 부화한 올 새끼들이 물위로 미끄러지듯 뒤 따르는 귀여운 모습에

한 참을 보고있자니 문득 내게도 어머니가 계심을 내심 감사합니다.

이렇게 여름은 오고 초록물이 든 마음까지도 더 짙게 피어 오릅니다.

J.

이 여름은 그대에게 모든 일들이 소상히도 알고 지나가는 계절이기를 고대합니다.

 


                                                                                                

                                                                                              그리운이여 안녕.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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