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8) -겨울비

소순희 2006. 2. 2. 01:05

 

이쯤에서 나직이 내려앉아 푹 쉬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우기처럼 젖어드는 마음속에 그리운 사람들 생각나고
유리창 넓은 찻집에서 온종일 옷 벗은 은수원사시나무의
정갈한 몸매를 바라보며 나무가 아름다운 건

함부로 가지를 뻗지 않는 까닭이라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사회를 보면 담 너머 담 까지 손을 뻗어 기어오르는

이기적 사고에 씁쓸함을 느끼며 나 또한 편협된 관념으로
살아가지않나 두렵습니다.
겨울비는 인가 가까이의 까치집에도 내리고

겨울 깊은 관악의 끝자락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산다는것은 어쩌면 본능적 욕구로 지배되는 이승과 저승의

연결고리로 가장 보편화된 철학 아닐까요?

그러므로  뒤쳐진 시대 감각이나 환경 또한 어떠한 처지에도
비굴하게 엎드리진 말자고 자기최면의 넋두리로 되 뇌입니다.

 

무소유 법정의 말씀 중 용서란 타인에게 자비를 베푸는 게 아니라

흐트러지려는 자신을 나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 이란 말이 

겨울비처럼 마음을 파고듭니다.

J.
겨울 깊을수록 봄은 가까운 법. 우리의 삶 앞에 모든 것들 잘 풀리는 희망의 봄은
머지않았습니다.
언 땅 밑에서도 생명들은 부활의 꿈을 꾸며 겨울비를 받아들이겠죠.

깨야할 때가 언젠가를 우리 또한 애써 기다려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운이여 안녕~  소순희

 

 

 


 

 

적토 2000 (소순희작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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