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9)- 겨울 정선에서

소순희 2006. 2. 6. 22:44

 

 

해발 720m 마차령에서, 두고온 서울을 그리워하는 강원도 정선의 밤

외진 산골 굽이 길에서 가지런히 내려오는 눈을 맞아야 했습니다.

이미 온산을 다 덮고도 나무들의 가지마다 눈꽃이 핀 마지막 겨울 눈

오지게도 많이 내려와 한자 세치 눈 깊이를 걷자니 발을 옮겨 딛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감각을 잃어버린 발의 무게도 여기선 아무 의미가 없는 듯

그저 내딧는 걸로 겨울 산길의 보행은 힘겹지만  설원의 밤을

빼곡히 정리하며 연신 감탄과 흥분으로 하얀밤을 지나갑니다.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 한 소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밤 산을 울려

산짐승들을 놀라게 할 것 같습니다.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설경에 내맡긴 밤 눈 속 두시간은  내 생애에

이렇게 아름답고 많은 눈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많은 날을 살아오며 나 자신에게 편리와 이익만을 추구했지 자연과 합일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불현듯  겸허해집니다.

가끔은 세파에 시달린 영육 간 곤비함을 세척 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탐욕이 작아지면 마음이 커지고 비우면 채워지는 순리를 알고자함이

자연속에 있다는 것에 퍽이나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다시 눈 헤집고 돌아 갈 도회지의 삶속으로 가면 몇 달 간은

이 약발로 즐겁게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운이여 안녕 2005.2.24

 

 

웃말가는길 소순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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