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기슭에서/10호/소순희작/Oil on Canvas>
유월엔
온종일 뻐꾸기 울음
산 하나를 삼키고
멧등의 굴곡들은 음영이 깊어
낮잠에서 깨어나는 유월은
희멀건 낯짝을 부비며
못 다 꾼 꿈 하나를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산그늘에 다시 돋는 찔레순도
가시를 길러
찔린 힌구름 몇 조각 걸어놓고
희게 웃고 있었습니다
꽃뱀의 여린 새끼 눈 뜨는 유월에
묵은 빚 받으러 간 아부지도
그 푸른 빛깔에 취해
녹아나고 말았습니다
신도 유월이면 숲으로 내려와
온 산 뻐꾸기울음에 귀 기울여
좌정하고 계시거늘
감히 그 적요의 빛깔
깨울 수 없어 숨죽인 계절인데
어찌하다 그 고요함 깨는
숲 문을 열고 말았습니다.
2007/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