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24)-프라하는 잠들지 않는다.

소순희 2007. 6. 13. 00:35

 

 

 

 

 J.

한 번 쯤은 떠나 볼 일입니다.

한 때 누리던 인간의 영화도 쇠락도 한갖 물거품처럼 스러진 지금에와 바라보건대 그들의 심중에

도사리던 고뇌는 더 크고 무거웠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합니다.

다만 인간사 펼쳐보면 누리는 자와 억압 받는 자로 이분법적 삶이지만 나름대로 행복했을 일면을

그려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큰 성을 짓는 이유는 어떤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 받으려는 철저한 계산에서 만들어진

소유 의식이라고 보면 하층 계급의 민중이야 더없이 심적 자유를 누리지 않았을까요.

지금에와 서 보는 이 자리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그 고요와 아름다움을 굳이 마음 밖에

두고 싶진 않습니다. 적어도 시야에 드는 풍경 하나로도 나는 감각적 색채를 얻는까닭으로

프라하는 지친 나그네 잠든 밤에도 잠 들지 않을것 입니다.

 

 체코 제2의 도시 브르노에서5/22

 

 

J.

브르노의 밤은 더 조용합니다. 우거진 숲이 숙소 가까이 있는 까닭에 숲내음이 싱그럽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숲가를 산책하며 자연 그대로 두고 사람이 거주할 곳을 적당히 선택해 최소한의

훼손을 염두에 둔 저들은 후세에 질 빚이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산자락 둔치로 흐르는 시냇물엔 나무들이 스러져 그대로 물에 처박혀 수향을 배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일면식도 없는 저들이 아침인사를 걸어옴에 조금은 쑥스런 표정으로 응대합니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데...

 

                                                                           그리운이여 안녕 브르노에서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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