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22)-팔당(남한강가에서)

소순희 2007. 4. 15. 01:38

                                                                                           <정 과장님,강혜경님사택-팔당댐>

 

 J.

어린 날의 시각과 중년의 시각은 다른 의미로 사물을 볼 수 있는 마음의 깊이가 있는 듯합니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이 꽃 비처럼 내리고 난 후 서울 외곽 풍경 좋은 남한강 주변으로

화실 몇 분과 그림 소재를 찾아 떠났습니다.

그림에 한창 열정을 가졌던 이십대 중반에 헤매고 다녔던 그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마음에 자리합니다. 무심히 지나쳤던 항토밭 언덕의 나지막한 슬레이트집과, 고즈넉한 양지 녘의

몇 그루의 나무들, 산비알로 난 오솔길이 눈에 드는 것은 생각의 폭이 넓어진 까닭이겠지요.

 

스물 몇 살 때, 친구 용재와 기차 여행을 하며 잠시 머문 능내

정약용 선생의 묘소에 목민심서같은 풀꽃을 보며 그분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선 최고의 학자임을  

막연히나마 짚어가며 우리는 많은 얘기를했지만 조금도 그 뜻과 깊이를 헤아리지 못한

시절이었던 게 부끄럽게 다가왔습니다.

올 된 벚나무는 막 꽃 봉우리를 터뜨려 힌 구름같은 무리를 이뤄 꽃 그늘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남한강 주변 가로수 벚나무는 서울과 약 일주일 상관으로 개화기가 늦어 화사한 벚꽃은

마음으로만 그려둡니다.

 

 

 

 

예로부터 치산치수를 잘 해야 부강한 나라로 일컬음을 받는다는 것이 입증되는 날이었습니다.

수도 서울의 젖줄인 한강 수원지의 최종 댐으로 수천만 명의 급수원과 수력발전의 산실임을보았습니다.  함께 여행하신 낭만주의 한순현 보루네오가구사장님(보보스한)과 몇몇 화우들, 

팔당수력발전소 내부를 소상히 설명해 주신 정 과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살면서 많은 사람과 인연이 되어 사회를 이루고 도움을 주고받는 다는 것이 아름답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이러함이 귀한 존재로 엮어지는 것이지 조건적 인연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그림자를 드리운 강가의 수양버들이 가장 먼저 잎을 틔웠습니다.

때 알아 피고 지는 나무들과 꽃과 풀들이 만물의 영장인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기도 합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올곧게 사는 그 이유로...

 

 

                                                               그리운이여 안녕~ 2007/4/12/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