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볕은 투명하고 물은 맑아 여름 내 눅눅한 마음의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픈 마음입니다.
열차 창밖으로 흘러가는 가을 들녘의 정경에서 마음을 접지 못했습니다.
가벼이 날아오르는 그 빛깔들과 무수히 곤두박질 치며 내려꽂히는
시월볕은 징그러운 지난 여름의 비와 더위를 보상이나 하려는 듯
눈부시게 피어오릅니다.
시청에서 향토작가 스무명의 200 여점 전시회를 오늘 열었습니다.
늘 나직이 속삭이듯 마음에 와 닿는 고향의 말투에 오랜만의 정겨움을 느낍니다.
아직은 푸른기가 남아 늦여름이라고 해야할 이 시점에서 나는 가을의
이름들을 먼저 불러 봅니다.
지리산의 늙은 산맥이 울둑불둑 솟은 먼 산 둘레로 흰구름이 입체적으로
떠있습니다. 고향이기에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는 처연한 심사.
그림이 주는 안온한 빛과 투박한 일상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내일은 또
삶의 질긴 인연을 위한 그 곳으로 돌아가야합니다.
2003.10.
고리봉이 보이는 여름(10호p 소순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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