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면 살구나무며 매화나무가 화사한 꽃등을 달아 황사현상으로 우울한 날들을 밝혀 주었다. 마당의 벚꽃도 화사하게 일주일 정도를 피어주더니 봄밤에 가로등 불빛 사이로 하르르 무수히 많은 꽃잎이 져갔다. 그리고 여름이왔다. 꽃만 예쁜게 아니라 이제 막 뾰쪽이 돋아나는 새순과 초록의 나뭇잎 또한 예쁘기 그지없다. 그 잎새 뒤에 숨은 초록 열매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지난해 초여름, 늦은 귀가로 쳐져오는데 화단에서 뚜둑뚜둑 소리가 나고 나뭇가지가 흔들리기에 가까이 가보니 웬 아주머니 하나가 가지를 휘어잡고 매실을 따고 있었다. 이미 땅바닥엔 30 여개의 열매를 따 모아 놓고 계속 열매를 따기에 급급하다. 나는 목소리를 깔고 점잖게 "아주머니,뭐하시는거예요?" 화들짝 놀란 얼굴이 나뭇가지사이로 힐끗 보인다.(아마 간이 콩알 만 해졌을걸) ".........." "열매 따세요. 근데 왜 따세요?" ".........." 그제서야 잡았던 가지를 놓자 활처럼 휜 가지가 공중으로 휘익 솟구친다. "따면 안돼요?" 약간 눈을 흘기며 볼멘 소리를한다. 순간 나는 아주머니의 말투에 화가나기도 했지만 그 분이 여자란것에 기세가 등등해졌다.(에이 못난넘) 그리고 약간의 불량기섞인 반말투의 어눌한 말과 다리를 비스듬히 하고 빌빌 흔드면서 "이거 아줌씨꺼 아니쟈너. 근데 왜 따고 그래애 노랗게 익을 때까지 두고보면 좋지 않느냐고요오.예?" 따 놓은 열매를 호주머니에 주섬주섬 쑤셔넣고 핸드백과 비닐 봉지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아주머니를 가로 막으며 또 시비를 걸었다. "아줌씬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모르나벼?" "............" 나를 당당히 노려보고 있었다.(에구무서버라) "아니 왜 째려봐여. 내가 말을 잘 못했나?" 나도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시장에 가면 청 매실 알마든지 살수있는데 여기서 따면 뭐가 좋은가아...요?" 그러자 아주머닌 고개를 떨구며 한결 부드러운 어조로 "알았어요,이제 안 딸게요오."하곤 내앞을 우회해서 가버린다. 그 아주머니 뒤를 보고 있자니 헥 .어 우리동 같은 라인이쟎아. 아고 ㅠㅠ 20 몇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섰다. 나도 한참 뒤에 집으로 올라갔다.
그 열매가 뭔데, 그열매좀 땃다고 그 아주머니를 몰아세운 내가 너무나 밉다 짜슥아야. 그 밤 나는 내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못된 이기심과 연약한 자에 대한 행동을 주님앞에서 회개하며 몹시도 괴로웠다.
그 후 아주머니를 오랜만에 보았지만 서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치고말았다. 그 일이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아 매실만 보면 피식 웃고만다.^ ^*
2004.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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