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아! 백령도

소순희 2004. 6. 18. 19:06
 
아! 백령도. 2004/06/14 01:48

6월 3~4일, 선후배의 존경과 사랑과 고운 심성으로 뭉쳐진 구상 미술계의 거목 목우회 백령도 스케치 여행의 날.

하늘은, 찬란한 유월의 맑은 햇볕이 수평선 끝에서부터 온 바다를 휘감아 내리는 바닷길을 열어주었다.

연안 부두에서 서북쪽 220여km, 잔잔한 바닷길을 미끄러지듯 빨려가는 쾌속여객선 으로 4시간을 달려가면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 용기포 선착장에 도착한다.

북한 장연과는 10여 km,장산곶과는 15km란다.오랫동안 군사 요충지로 관광이 제한 되었던 국토의 최북단 섬이었으나 지금은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천혜의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백령도는 남한에서 8번째로 큰 섬이며 주민 70여%가 농사에 의존한채 살고있다. 그밖에 어업과 그리고 까나리 액젖 생산과, 관광업으로 부유한 섬으로 발전해가고 있어 흐믓하다.

 

누구의 눈으로 본들 우리국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더군다나 화가의 심성과 시선으로 바라보는 풍경들이야 말로 더 깊이가 있는 정경들 일진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버스로 해안선을 끼고 달려보는 사곶 천연 비행장. 규조토로 잘 다져진 자연의 산물에 신비감을 느낄 따름이다.

길이3km,폭300여m,이탈리아 나폴리 해안과 함께 세계에 두 곳 밖에 없는 천연 비행장이란다.

이륙하려는 비행기처럼 속력을 내보는 미니버스가 날개가 없어 날지 못 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가이드(?)의 어눌한 말에 정감이간다.

시원한 바닷 바람속에 간간히 날개죽지 흰 갈매기가 저공 비행으로 버스를 따르는 비행장은 유사시 군용비행장으로 사용 된다는 것 부터가 어쩌면 아픔의 땅 이란 걸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 높지 않은 산들을 솟게하고 적당히 평지와 구릉을 나누어 놓은 서해 외딴섬. 평지를 지나 작은 구릉을 넘다보면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이 선연히 눈에든다. 문득 어린날의 보리밭과 아버지가 그립다.

근래들어 산 비탈에 검은 차광막이 펼쳐진 인삼경작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고려인삼의 경작지로 호평 받아 농가 고소득을 기대하며 눈은 초록속에 자꾸  박힌다.

주요 밭작물로 흰고구마와 메밀, 야생 인진쑥이며 대부분 섬에서 자급 자족하고 주둔한 군부대에서 많은 량이 소비 된다고 하니 과히 군사 요충지임이 실감난다.

 

 

해병 흑룡 부대의 눈 빛 강한 장병들의 늠름한 기개를 감히 누가 꺽겠는가.

이 땅 최전선 이상 없음을 확신하며 백령도에서 가장 높은 185m고지에서 먼 바다를 하염 없이 바라보노라니 손에 잡힐 듯 다가 서는 북녘의 장산곶.

아!저기도 조국인데...

바람 잔 날은 저 장산곶에서 닭 우는 소리도 들린다는데 오늘은 귀 멀어 듣지 못 하는 까닭을 아는가.

더는 갈 수 없네 왔던 길 돌아가라. 바다는 더 이상 길 내어주지 않고 등 떠미는 유월의 볕 아래 길이란 길은 다 지워지고 억장 무너지는 저 바다만 끓어오르네...

 

두무진과 장산곶 중간 바다에 유난히 조류가 거센곳이 인당수란다.

붉은 분홍빛 해당화가 수줍게 피어나는 산 그늘을 돌아 두무진 언덕에 올라본다.

소경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는 효녀 심청이 제물로 바쳐진 슬픈 이야기가 있는 그곳 바다를 오늘날도 배들이 지나기 꺼려하는 것을 보면 실재했던 사실이 아닐까. 효녀 심청의 애틋한 사연이 오늘날의 세태를 꼬집듯 부담으로 다가온다.

 

나직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라 보는 두무진의 비경을 신들린 듯 단숨에 그려내는 화가들의 마음은 바쁘다.

장군들이 모여 회의 하는 모습같고 그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많은 그림을 그리면서 한 번쯤은 그려 봄직한 천혜의 풍경이다.

육해의 질서가 절묘하게 펼쳐진 장엄하고 섬세한 바위 군락 앞에 누군들 감탄하지 않으리. 주로 사암과 변성도가 매우 낮은 규암으로 조성되어 층리가 잘 발달되어 있고 검은 바다 가마우지가 긴 목을 빼고 쉬어가는 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철저히 절제되어 남을것만 남은 신이 만든 자연앞에 겸허해지는 모습들이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은 저마다 감정의 이입이 다르겠지만 한가지는 분명히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을 재 해석 해서 옮기고 나름대로 작업해서 관람자의 정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화가의 몫으로 남아야 할 일이다.

 

진정으로 목우회 여러 선생님과 선 후배님과 함께한 짧지만 느낌이 많았던 스케치 여행을 감사하고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 다녀온 약발로 몇 달 간은 튼실한 여름 하나 길러 낼 것 같다.

 

                                                                       2004. 6. 소순희

 

(백령도 두무진에서)

백령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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