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어린 날에 뿌려진 복음

소순희 2004. 1. 1. 15:33

정확히 말 하자면 내가 일곱살 되던 해 처음으로 복음을 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 이듬해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으니까.그리곤 줄곧
6년 동안과 중3년 동안 예배당 마당에 한번도 발을 들여 놓지 못 했다.
마을엔 예배당이 없었고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름밤 아랫말(부절) 어느 집을 이용해 예수님 영화를 상영해준 선교처가
있긴 했다.그때 영화가 지금도 머리속에 각인 되어 있는것은 참으로 귀한
것이었고 외부 세계로의 생각들을 확장 시키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머리가 커 가면서 내 생각의 범위는 내 순수한 마음을 점령 한 채 어느것도
받아 드리려 하지 않았다.

일곱 살 무렵 새벽이면 섬진강 지류인 시내(요천수)건너 면 소재지 언덕위
예배당 에서 따앙~따앙~ 새벽 종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왔고 나는 평안함 속에
다시 잠 속으로 빠져 들곤했다.그 시간이면 아버진 소죽을 쑤시느라
불울 지피시곤했다.가끔은 나도 아버지 곁에서 또독또독 나무가지를
던져 넣으며 어슴푸레 밝아 오는 아침을 보았고 푸르게 붉게 타오르며 아버지
얼굴을 비추던 불빛이 참 재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아버지는 내가 6학년 초겨울에 40대 중반 나이로 영원히 고남산에 드시고 말았다.

"야,이 책 한번 볼래? 예수님이 십자가에 우리 죄때문에 돌아가셨대 손에
아주 큰 못을박아서 죽게 했대"

".....?"

"이 책 너가져 산동에 있는 교회서 줬다."

나보다 1년 선배인 용식이가 전해준 작은 책자였다.나는 어린 마음에
그분이 누군지 몰랐지만 너무나 슬프고 마음이 아파 집에 돌아와 그책에다
몇 번이나 절을 했는지 모른다.지금 생각 하면 옆으로 긴 소책자 였는데
낙타와 동방박사 그림등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그림 이었다.나는 불행히도 글을 몰랐다.
2학년 2학기 가을 우리 윗 집 선예네 놀러간 큰 누나를 따라 가서 매일
공부 하고 글을 읽게 되었다.
그때 내 모습은 빡빡 머리에 늘 코를 흘렸고 양 옷소매는 흐르는 콧물을
닦느라 물방개 등때기처럼 검다 못해 반들 거렸다.얼굴엔 마른 버즘이 피고...

그래도 외모를 취하지 않으시는 주님은 나를 사랑하시어 날 버리지 않으셨다.
내게 어린 날의 복음은 마음속 깊이 감춰진 마그마 같았고 그 잠재된 복음이 활화산 처럼
폭발 할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주님이 내게 준 각별한 은총 이었고
그 은혜를 경험 하게 된 것은 그후 30 여년이 흐른 뒤 였다.

나는 지금 감사하다...
그리고 행복하다...


겨울 산길 4호 소순희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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