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김형
부지런히
햇볕 긁어 모으는
김형은
이 땅의 농부다
이 산 저 물 다 아는
진정한 농부다
씨앗들이
눈뜨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달빛이 옷 벗는
늦은 귀가도 안다
황톳빛 가슴에 묻어 둔
순애보도
앞마당 도라지꽃 보면
나는 다 안다
농작물들은
김형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고
김형은 소 발굽 자국에
고인 물도 마실 수 있다
이 땅이 잠깨는
새벽을 먼저 보고
저 산이 잠드는 걸
보고 잠든다
우리 김형은
이 땅이 좋아하는
진짜 농부다.
소순희/2002
김형은 이 땅의 농부들을 지칭한 내 언어로의 표현이다.
내 아버지 어머니도 흙과 살았고 진정한 우리 이웃도 흙에서 살았고
현재도 살아가는 필요불가결한 삶이다.
내겐 그런 소박한 사람들이 있어 좋지만 때로는 가슴 아프다.
농사일이 노력과 투자의 기본적인 것까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므로...
그래도 살아가는 이유 하나는 생명을 키워가는 단순한 진리를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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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소순희작/10호P/,목우회 회원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