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강가에서
길이란 길은 다 지워지고
그리운것들 다 지워지고
그대 갈 길 몰라 쓸쓸해지거든
가을 강물 바라 보시라
잘 익은 산 그림자
청류에 곱게 드리운 하룻날 표연히
안녕 그대여!
묵은 마음 위로 지는
저 곰삭은 가을 햇살
뒤 돌아 보지 않아도
따순정 남았거늘
어인일로 지워진 길 위에서서
묘연한 하늘로
구름 한 장 낚으시는가
하늘도 가을이면
저리 깊으신 걸
꽃보다 고운 가을잎 하늘로 지고
숨어든 빛깔아래 그리워 그리워
가을병 앓는 이쯤에서
그대 서늘한 이마같은
늦 구절초 피면
마침내 다다를 곳 있는
가을 강물되어
지워지고 잊혀진 것들
입속말로 입속말로 불러 보시라.
2003.소순희
동인시집<아름다운 삶의 울타리2008>
가을이오면 잊혀진 모든것들이 부활하여 길도없는데 다가온다.
물을따라,혹은 하늘로 내리는 빛살을 타고...
그리워도 안녕을 고해야 하는 가을의 이별.
찬란한 빛깔 보다도 빈 들 같이 가라앉은 마음의 저편으로 보이는 하늘.
다다를곳 있는 그대 가을은 무슨 빛깔인가?
<광하의 가을(정선조양강)/소순희작/2002>